Suna in Wond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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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지금 말하세요, 사랑한다고… "사랑해 깜지야!"

December 12th, 2009 · No Comments

지금 막 깜지를 묻어주고 오는 길이다. 먼저 간 언니 코나이쪄 건너편에 잘 묻어주고 왔다. (사실 옆에 묻어주고 싶었지만 혹 여나 땅을 파다 코나이쪄를 보게 될까 두려워져 하지 못했다)

집 근처 공원 대나무 숲에 묻어주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지나 다녀 땅을 깊게 파진 못했다. 혹 여나 사람들이 알아채면 못 묻게 할까 봐 걱정이 되어 거의 흙으로 덮어주다시피 하고 왔다.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이곳 지리도 제대로 모르는 나에게 이곳조차 안 된다면, 깜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천으로 잘 덮고 흙도 잘 덮어줘서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코나이쪄도 별탈 없이 잘 있는걸 보면..

어젯밤에 죽은 것을 확인했지만, 묻기 전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혹시라도 살아 있을 까봐. 하지만 천을 열어보진 못했다. 왠지 모를 두려움이 엄습해왔기 때문이다. 천을 통한 촉감으로 전해지는 깜지의 늘어진 몸의 상태만으로 나는 깜지의 죽음을 확인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텅 빈 깜지의 집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이 집을 치워야 하는데 손이 가질 않는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잘 놀던 나의 깜지는 어제 퇴근하고 오니 너무 지친 기색이었다. 제대로 먹지도 걷지도 못하길래 급히 근처 동물병원으로 데려갔지만 병원에서는 토끼는 취급하지 않는다며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 깜지는 늘어지기 시작했고 울며불며 되지도 않는 중국어로 ‘토즈! 워더 토즈 스라!’ (토끼! 내 토끼 죽어요!) 외쳐댔다. 보다 못한 의사가 토끼를 만져보았지만 그들도 어쩔 방법이 없었나 보다. 근처 동물가게에 가서 토끼를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여 찾아보았지만 헛탕이었다.

나의 무능함에 화가났다. 그리곤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무책임한지 새삼 느꼈다. 지리도, 언어도 잘 모르는 나라에서, 이렇게 탈이나면 어느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는지 미리 알아놓지도 않고, 그저 나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깜지를 데려온 내자신에게 화가났다.

옆에서 나를 도와주던 언니가 안락사를 시키는건 어떻겠냐고 물었다. 안락사를 시키면 깜지가 편하게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혹시라도 깜지가 잠깐 아픈 거라면 (그런 것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섣불리 죽이는 것이 될까봐, 그리고 깜지의 생명은 내가 거두는게 아니라 자연의 이치대로 하느님이 거두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중히 거절하고 집으로 오는 택시를 탔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불쌍한 나의 깜지..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그래도 죽기 전에 함께 곁에 있어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다행이라고 느꼈다. 전의 코나이쪄 경우는 아침에 죽은 상태로 발견 됐기 때문에 혼자 죽었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같이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혼자 깜지의 죽음을 보기가 무서워 친구를 부를까도 생각했지만 밤이 늦어지기도 하고 오늘은 깜지와 나만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핸드폰을 놓았다.

죽어가는 생명을 바라보는 것이 이토록 힘들고 잔인한지 미쳐 몰랐다. 힘들어서 바둥거리는 깜지를 보며 어찌할 줄 몰라 눈물만 게속 흐른다. 바둥거리다 몸이 축 쳐지고 후엔 다리를 부르르 떤다. 마치 신경 하나하나가 꺼져가는  것 같았다.

죽음으로 가는 길목은 정말 길었다. 기다리는 나도 지치게 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깜지는 얼마나 더 힘들고 무서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힘들 거면 안락사 시킬걸 그랬나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집에 와서 깜지를 위해 초를 켰는데 혹시나 이 초 때문에 깜지가 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혹 여나 이 초가 꺼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하지만 차마 초는 끄지 못했다. 왠지 초를 끄면 정말 가버릴 것 같아서…)

깜지는 4시간 동안을 움직이지 않은 채 숨만 쉬었다. 그 때문에 몇 번이나 숨을 쉬는지 않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이 상황에도 배가 고픈 내가 미웠다. 저녁을 건너 뛴데다 하도 울어서 지치고 머리도 아프다. 마음은 슬픈데 배는 고프다고 난리를 쳤다. 멀찌감치 서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펑펑 울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의 ‘우리 수나가 너무 맘이 아프겠구나, 엄마가 함께 있어주지 못해 어떻 하니’ 라는 소리가 너무 고마웠다. 사실 위로 받아야 하는 것은 깜지인데 되려 내가 위로 받고, 그 위로에 마음을 가다듬는다.

저녁 11시경 깜지가 소변을 보더니 한 시간 후 그대로 멈추어 버렸다. 죽을 땐 무언가 신호를 주고 죽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조용히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났다.

깜지는 갔지만, 나를 떠났지만 좋은 곳 갔을 거란 생각으로 나를 위로한다. 그나마 먼저간 코나이쪄 언니가 기다리고 있어서 오히려 둘에겐 더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이었지만 정말 많이 사랑했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역시 더 사랑해줄걸 이라는 생각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동물뿐 아니라 죽음 앞에선 사람도 어찌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순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후회 없이 사랑하고  향상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안녕 나의 깜지.. 정말 많이 사랑했다…. 그리고 사랑해!!!”

Tags: 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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